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돌아가야 할 곳에 돌아가기 위해, 되찾아야 할 것을 찾아내기 위해, 오늘 시작되는 특별한 여행! 전 세계가 기다려 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초대형 베스트셀러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가 3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로 철도 회사에서 근무하는 한 남자가 잃어버린 과거를 찾기 위해 떠나는 순례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개인 간의 거리, 과거와 현재의 관계, 상실과 회복의 과정을 담아냈다. 한 사람이 삶에서 겪은 상실을 돌아보는 여정, 고통스럽고 지난하지만 한편으로 그립고 소중한 그 시간을 다자키 쓰쿠루와 함께하며 다시 삶을 향해 나아갈 희망을 얻게 된다. 서른여섯 살, 다자키 쓰쿠루는 철도 회사에서 역을 설계한다. 역을 만든다는 행위는 그에게 세상과의 연결을 뜻한다. 과거의 상실을 덮어 두고 묵묵히 살아가는 그에게 어느 날, 처음으로 사랑이 찾아온다. 그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은 두 살 연상의 여행사 직원 기모토 사라는 고등학교 시절, 다자키 쓰쿠루가 속한 완벽한 공동체와 그 결말에 대해 듣고 불현듯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한 순례의 여정을 제안하는데….
오랜만에 몰입하여 단시간에 책을 읽었다. 몰입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의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주인공 쓰쿠루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 무리들에게 영문도 모른 채 일방적인 절교를 당한다. 도대체 그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러한 잔인한 통보를 받은 것일까? 이 궁금증이 소설 중반까지 스토리를 강하게 끌고 나간다.
그리고 중반부에 밝혀지는 '시로'의 강간 폭로는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억울한 누명을 쓴 쓰쿠루의 심정에 이입되어, 도대체 왜 시로가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에 대한 새로운 의문이 생겼고 이 의문을 풀고 싶어 마지막 페이지까지 멈출 수 없었다.
설명되지 않는 난해함
마지막 페이지까지 숨 가쁘게 달려와 책을 덮었지만, 머릿속의 수많은 의문들이 남는다. 가장 핵심 사건이었던 '시로가 왜 그랬는지'에 대한 진실은 끝내 밝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추리소설 같은 명쾌한 인과관계를 기대했다면 답답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대학 시절 함께 수영을 하며 영혼을 나누었던 친구 '하이다'의 존재, 그리고 하이다와의 기묘하고 동성애적인 무의식 속 시퀀스는 "갑자기 여기서 왜?"라는 의문을 자아낸다. 하이다의 아버지가 만났다는 재즈 피아니스트의 기괴한 이야기는 또 왜 들어갔을까?
수많은 해석이 존재할 만한 지점들이다. 하지만 굳이 이 복잡한 상징들을 억지로 해독하려 애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이 소설은 그 인과관계 없는 미스터리를 세세히 분석하기보다, 영문도 모른 채 삶의 거대한 균열을 맞이한 쓰쿠루의 곁을 묵묵히 지키며 그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재미와 몰입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는 그저 난해함의 영역으로 온전히 남겨둔 채, 쓰쿠루라는 인물이 가진 감정의 궤적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색채가 없다는 착각, 그리고 순례의 끝
성인이 된 쓰쿠루는 현재의 연인 '사라'를 잃지 않기 위해, 마침내 과거의 친구들을 찾아 고향과 핀란드까지 이르는 '순례'를 떠난다. 그리고 마침내 살아남은 친구 '구로'를 통해 뜻밖의 진실을 듣는다. 자신은 색채가 없어 가치 없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친구들의 화려한 색들을 온전히 담아주던 '가장 깨끗하고 소중한 그릇' 이었다는 것을.
소설의 결말에서 쓰쿠루가 상처를 100% 완벽하게 치유했는지 알 수 없다. 소설은 그 어떤 것도 명쾌하게 정해두지 않는다. 왜 시로가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 왜 하이다는 예고 없이 떠났는지, 피아니스트의 정체는 무엇이며, 쓰쿠루가 사라와 결국 이어지는지까지. 모든 것을 의문투성이로 남긴 채 흩뿌리듯 끝이 난다.
그러나 이 소설은 결코 미완성이 아니다. 현실의 삶 역시 명확한 답이나 원인 없이 닥쳐오는 시련들이 가득하지 않은가. 작가는 섣부른 해답 대신 우리 삶을 닮은 거대한 모호함을 던져주지만, 책을 덮는 순간 우리는 마침내 스스로의 껍질을 깨고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민 쓰쿠루의 성장에 그 누구보다 깊게 공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명쾌한 인과관계는 없을지언정, 한 인간이 상처를 통과해 내는 감정의 마침표만큼은 완벽한 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