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시끄럽고 대담하고 뻔뻔스러운 이야기 저 너머에서 빙그레 웃으며 기어이 독자와의 내기에서 이기고 마는 작가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고 가장 널리 읽히는 작가 _타임스 세대를 뛰어넘는 영원한 이야기꾼 로알드 달의 베스트 소설집 ‘에드거 엘런 포’ 상, 전미 미스터리 작가상 수상에 빛나는 최고의 이야기꾼 로알드 달의 베스트 소설집이 재출간되었다. 올해로 서거 30주년을 맞은 로알드 달은 2000년 ‘세계 책의 날’에 전 세계 사람들
로알드 달(Roald Dahl). 누구였더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지은이 소개를 읽다가 익숙한 제목을 발견하고는 매우 놀랐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영화로만 두번이나 제작된 이 전설적인 소설을 모르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나 역시 초등학생 시절, 장난기 가득한 삽화가 그려진 번의 소설들을 탐독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입문해 찰리와 거대한 유리 엘리베이터,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를 거치며 그가 창조한 기발한 세계관에 푹 빠졌던 기억이 선명하다.
어린 시절 나를 매료시켰던 그가 쓴 성인용 소설은 도대체 어떤 '맛' 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출퇴근길에 펼친 단편집 맛은 말 그대로 내 출퇴근 시간을 삭제해버렸다. 왜 로알드 달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천재적 이야기꾼인지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의 이야기가 이토록 엄청난 몰입감을 주는 이유를 몇 가지 포인트로 분석해 보았다.
1. 오감을 자극하는 감각적인 묘사
표제작인 「맛」에서 와인의 산지를 추론하는 장면은 압도적이다. 단순한 텍스트를 넘어 향과 질감, 시간의 흐름까지 느껴지게 만든다. 독자는 어느새 그 테이블 한구석에 앉아 함께 숨을 죽이고 와인 잔을 바라보게 된다. 시각을 넘어 미각과 후각을 건드리는 서술은 몰입도를 극단적으로 끌어올린다.
2. 불쾌함과 엽기를 유머로 승화
성인용 소설답게 그의 엽기적인 상상력은 수위가 높고 대담하다. 비정상적이고 기괴한 설정이지만, 이를 천연덕스럽게 그리는 작가의 건조하면서도 장난스러운 문체는 불쾌할 수 있는 소재들을 묘한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3. 구조적 완성도, 그리고 반전
모든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완벽하며, 끝에는 반드시 허를 찌르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 마침표를 찍는 순간, 독자는 허탈한 실소를 터뜨리거나 그의 치밀한 설계에 감탄하게 된다.
4. ‘내기’라는 인간 본성의 변주
수록된 거의 모든 이야기가 무언가를 걸고 내기를 벌이는 심리전의 형태를 띤다. 인간의 본능적인 승부욕과 탐욕을 자극하는 이 구조 덕분에, 독자는 어느새 내기의 관전자를 넘어 이미 판돈을 함께 걸고 있는 참여자가 되어버린다.
마치며
맛에 수록된 모든 이야기가 모두 'A급'이라거나 엄청난 철학적 깊이를 지닌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재미와 몰입도만큼은 단연 최고라고 단언할 수 있다.
기괴하면서도 어느 것 하나 진지하지 않은, 유머러스한 스토리가 취향이라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가볍게, 그러나 강렬하게 읽기 매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