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핏빛으로 불타는 몬태나 황무지에서 죽이려는 자들과 지키려는 자들 간의 쫓고 쫓기는 필사의 게임이 시작된다 앤젤리나 졸리, 니컬러스 홀트 주연 영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원작 소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우연히 범행 현장을 목격한 소년을 죽이려는 자들과 그에 맞서 소년을 보호하려는 이들이 벌이는 사투를 그린 스릴러소설이다. 졸지에 두 킬러에게 쫓기게 된 소년은 정체를 숨긴 채, 몬태나 오지에서 생존법을 가르치는 생존 교관에게 몸을 의탁한다. 그러나 악마적인 킬러들이 그곳에까지 마수를 뻗쳐오자 소년은 홀로 산속에 숨어들고, 전직 산림 소방대원인 화재 감시탑 직원과 합류해 도주를 이어간다. 생존 교관 또한 소년을 찾아 나서는 한편, 그에게 소년을 맡겼던 연방 보안관까지 추격전에 뛰어든다. 거대한 산불과 압도적 폭풍에 삼켜진 몬태나 황무지라는, 불길과 번개 그리고 우박으로 그득한 지옥도 한복판에서 피와 폭력이 난무하는 필사의 게임이 시작된다.
마이클 코리타의 소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Those Who Wish Me Dead)》 을 읽었다.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된 화제작이라 기대를 좀 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킬링타임으로는 합격, 수작이라기엔 민망한 수준' 이었다.
특히 서사의 뼈대가 되는 개연성 부분에서 실망이 컸다.
1. 현실감 제로, 개연성을 무너뜨린 설정들
이 소설의 세계관은 지나치게 작가 편의적이다. 우선, 킬러 형제들은 현대 사회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무법자처럼 행동한다. 공권력의 눈을 너무나 쉽게 피하며 휘젓고 다니는데, 이들이 치밀해서라기보다 작가가 수사망을 고의로 무력화시킨 느낌이 강하다.
여기에 미국의 증인 보호 시스템 묘사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국가가 보호한다는 증인이 너무나 쉽게 위험에 노출되는 과정을 보면 긴장감이 생기기보다 "이게 말이 되나?" 싶은 실소만 나온다. 빌런의 '무적 버프'와 '무능한 시스템'이라는 조합이 극의 현실감을 완전히 무너뜨렸고, 초반부터 이러한 설정들 때문에 몰입이 심하게 방해되었다.
너무 작위적인 설정이라서, 혹시 이 킬러들이 '인간이 피할 수 없는 거대한 자연재해' 와 같은 상징적 존재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지 궁금해하며 계속 읽어보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런 깊이는 없었으며, 그저 허술한 범죄 스릴러에 지나지 않았다.
2. "사실은 누나였어?" 뜬금없는 전개와 무리한 반전
중반부 이후 등장하는 반전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아무런 복선이나 예고도 없이 갑자기 어떤 인물이 킬러의 누나라고 커밍아웃하는 장면은 전형적인 '뜬금없는 전개' 의 정점이다.
독자가 단서를 찾으며 추리할 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막히니 작가가 갑자기 치트키를 써서 상황을 뒤집어버린 느낌이다. 이런 식의 전개는 스릴러 특유의 지적인 재미를 완전히 반감시킨다.
3. 산불이라는 배경에 가려진 빈약한 서사
거대한 산불이라는 재난 배경은 분명 압도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화려한 재난 설정이 서사의 빈틈을 가려주는 가림막 역할을 하고 있다. 환경이 주는 긴박함을 걷어내고 보면 인물들의 행동 논리나 사건 전개가 상당히 헐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총평: 영화는 볼 일 없을 것 같다
물론 장점도 있다.
문장이 시원시원하고 전개 속도가 빨라 아무 생각 없이 페이지를 넘기기에는 좋다. 이른바 '팝콘 소설' 로는 제격이다.
하지만 소설에서 이미 서사의 한계를 명확히 경험했기에, 굳이 영화까지 찾아볼 마음은 생기지 않는다. 설정의 구멍을 눈감아줄 만큼 너그러운 독자가 아니라면, 굳이 시간을 내서 읽으라고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