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툴은 말 그대로 "수의사가 사용하는 툴" 이다.
수의사가 웹개발 공부를 하면서까지 만들고자 하는 제품이 어떤 것인지 소개하고자 한다.
개발 동기 : EMR을 만들려다 포기한 이야기
처음 목표는 거창했다. 인투벳, 이프렌즈, 우리엔과 같은 동물병원 EMR에 진료에 필요한 전문 분과차트 결합하여 만드는 것이였다.
그런데 막상 설계를 시작하니 현실이 보였다.
EMR은 진단, 처방, 청구, 보험, 검사 연동까지 엮여있는 매우 복잡한 시스템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장조사를 해보니 동물병원 원장님들은 아무리 좋은 EMR이 나와도 새로 개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차트를 바꾸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전략을 바꿨다.
메인 차트와 양립 가능한 서브 차트를 만들자.
기존 병원 프로그램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기존 프로그램이 해결하지 못하는 영역을 채우는 방향으로.
그 첫 번째 타겟이 입원차트였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가 : 종이 입원차트의 한계
동물병원의 입원 관리는 지금도 대부분 종이로 돌아간다.
물리적 단일 존재의 문제
종이차트는 물리적으로 하나다.
장 앞에 마커로 적어두거나, 차트를 클립보드에 끼워두는 방식이 아직도 표준이다.
- 입원 환자가 20마리면 차트도 20개다. 오늘 밤 어떤 처치가 몇 시에 있는지 파악하려면 20개를 전부 뒤져야 한다
- 차트가 어디 있는지 찾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 보호자 상담을 위해 차트를 진료실로 가져가는 순간, 해당 환자의 처치가 있는지 언제 주사가 들어갔는지 등은 아무도 모른다
- 퇴근 후 오더를 추가하거나 환자 상태가 궁금하면 병원에 전화를 해야 한다
정보의 파편화
처치 내용이 장 앞 마커, 종이차트, 구두 인수인계로 분산되어 있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정확히는, 담당 수의사 본인도 퇴근하면 모른다.
- 해당환자의 주치의가 아닌 수의사는 왜 이 환자가 입원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처치 누락이 비일비재하다
- 중복 처치가 발생해도 알 방법이 없다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
종이는 데이터가 아니다.
퇴원하면 그 환자의 입원 기록은 캐비닛 어딘가에 묻히거나 폐기된다.
통계, 분석, 품질 관리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구조다.
- 어떤 질병이 얼마나 들어오는지 알 수 없다
- 과거 입원 이력을 찾으려면 캐비닛을 뒤져야 한다
- 쌓인 임상 데이터가 아무런 자산이 되지 못한다
VETOOL의 입원차트는 이것을 어떻게 해결하는가
- 타임라인 뷰 : 모든 입원 환자의 처치를 시간대별로 한 화면에서 확인
- 실시간 연동 : 의사, 간호사, 테크니션이 각자 디바이스에서 동시에 접근하며 새로고침 없이 리얼타임으로 반영된다
- 처치 체크 시스템 : 완료된 처치와 미완료 처치가 명확하게 구분되며, 미완료 처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용 페이지가 존재한다
- 차트 복사 붙여넣기 : 전날 차트를 복사하여 다음 날에 붙여넣기 하거나, 차트를 검색하여 복사하거나, 질병별 템플릿을 만들어 재사용할 수있다.
- 인수인계 자동화 :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인수인계란에 글로 적어두기만하면 된다.
- 통계 페이지 : 어떤 질병의 환자가 얼마나 입원했는지, 어떤 품종이 해당 질병에 predisposed한지 등 축적된 입원 데이터를 시각화한다. 종이차트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 수의학 계산기 : 실제 임상현장에서 필요에 의해 직접 만든 수십 가지 계산기를 제공한다. 더 이상 서식이 깨진 엑셀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 수의학 키워드 시스템 : 기존에는 EMR은 췌장염을 검색하려면 "췌장염"과 "pancreatitis"를 각각 입력해야 했다. VETOOL의 키워드 시스템은 하나의 검색어로 연관 용어를 모두 찾는다. 예를 들어 "hepatic"을 입력하면 "hepatitis", "hepatic lipidosis" 등의 하위 키워드가 함께 검색된다
벳툴 입원차트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물리적 차트가 가진 시공간적 한계를 전부 없앰" 이다.
차트를 찾으러 다닐 필요가 없다. 처치를 빠뜨릴 구조적 이유가 없어진다.
현재 도입 현황
현재 8개 24시 동물병원에서 실사용 중이다.
가장 의미 있는 지표는 이탈률 0% 다.
수의사와 테크니션의 만족도 역시 매우 높다.
사용 경험이 없는 병원에게 벳툴을 말로 설득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미 돈을 잘 벌고 있는 병원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입원차트의 디지털화는 분명한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고, 이는 결국 병원 수익과도 직결된다.
입원차트 이후의 방향
입원차트는 시작에 불과하다.
VETOOL은 현재 아래 차트들을 개발했거나 개발 중이다.
| 차트 | 상태 |
|---|---|
| 입원차트 | ✅ 서비스 중 |
| DDxer (감별진단 AI 도우미) | ✅ 베타테스트 중 |
| 신경계차트 | ✅ 베타테스트 중 |
| 치과차트 | 🔧 개발 중 |
이외 전문 분과 차트(안과, 초음파, 건강검진 등...)들은 이미 프로토타입이 존재하고 순차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방향은 명확하다.
기존 동물병원 프로그램이 다루지 않는 전문 분과 영역의 디지털화다.
메인 차트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그 옆에서 각 분과의 pain point를 하나씩 없애가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성된 데이터가 사장되지 않고 재활용되는 것.
그것이 벳툴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다.